팔순 때 일본 여행가서 찍은 사진

 

  위에 사진만해도 엄마는 참 보기 좋았다. 나이가 풍겨주는 넉넉함과 포근함과 섬세함,

그 연세까지도 간직하고 계신 소녀 같은 수줍음까지...

그런 엄마가 작년부터 갑자기 살이 너무나 빠져서 지금은 사진을 못 찍게 하신다.

혼자 대구에 계시는데 아무리 올라 오시라고해도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며 고집을

피우시는데 언니가 아니라 내게는 엄마라고 말하시는 75세 되신 이모님과 같이 엄마 생신에 맞추어 내려갔다.

울산에서 여동생도 오고...

 

언니를 위해서 남원에 내려가서 온갖 몸에 좋다는 약초를 사서 깨끗이 씻고 찌고를 몇 번씩 하여 만들어 오신

이모님의 환약은 세상 그 어떤 보약보다도 더 효력이 좋다는 것을 우리 인척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 무거운 조약을

짊어진 가방이 우리 힘으로는 들 수도 없을 정도로 가득 챙겨 오셨다.

이종 조카가 이모님 밥 맛 없을 때 드시라고 챙겨준 현미누룽지하며...밥 맛이 좋아 지고

어지러운데도 좋고 위장에도 좋다고....

 

 너무나 야윈 엄마와 그 비슷한 이모님과 두 분이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 왜 이렇게 말랐냐고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모르는데... 옆에서 보는 우리가슴까지 뭉클하게 한다.

이 한 몸 으스러져도 가만있지 못하고 부지런함이 몸에 밴 두 분을 보노라니 나는

나이 들면 저렇게 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죽어도 내가 해 줄 무엇이 남았다면 하고 간다는... 그저 눈물겨운 자식들 사랑에 겨울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고 하시면서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내려간다고 하니 울산 여동생과 같이 만두를 빚어 놓으셨다.

 

외할머니 만두를 좋아하는 딸애에게 어쩌면 이 만두가 할머님의 마지막 만두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목이 메어온다.

밤이 새도록 이모님과 그 옛날 처녀 때 이야기꽃이 끝이 없다. 아침에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와 조기 구이와 각종

과일들과 담아놓은 오이소박이와 더덕무침 부추김치까지...한상 차려 드리고, 평소 잘 해 주신다는 주인집에도 한상

차려 보내고 점심은 상주식당에서 추어탕을 먹고 이모님과 나는 전날 예약해서 얼려둔 국을 사오고 엄마도 사드리고

돌아 서는데, 꿈처럼 왔다가 하룻밤만 자고 가면 어쩌느냐고 더 자고 가라고 하시지만 ...

 

차표 예매 했고 월말에 동생 출장 오면 그때 보따리 싸서 아예 올라오시라고 당부하고 돌아 서는데 어찌나 가슴이

짠한지 모르겠다. 제발 좀 올라 오시라고해도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활짝 핀 군자란과 여기저기 놓인 그 많은

화분들을 못 잊어 못 올라온다고 이모님이 말씀하신다.

제발 다 이제 이웃에게 나눠주고 안 입는 옷도 다 주고 살았을 때 주라고 이모님과 나는 노래를 불러도

지난번에 네가 하도 주라고 해서 몇 벌주고 가방도 주었다고  하시지만...

 

이모님께서는 아무래도 살이 저렇게 빠지시니 위암이 아닌지 하시는데 종합병원에서 팔순 넘은 노인은

건강검진을 안 해준다고 하고 지금 혹여나 어떤 병이라 해도 수술을 할 수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는 게 병이라고

아직은 고통을 못 느끼시니 그냥 지켜 봐야할지 어떨지 갑자기 머리가 아프더니

올라오는 내내 머리가 터질듯이 아파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피할 수 없는 생노병사의 인생 여정에서 외가 동네에서 꽃처럼 고왔다는 엄마의 갑자기 쇠락한 모습에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모님과 두 분이서 서로 아픈 허리를 보여주는데 사람 허리가 어쩌면 저렇게

활처럼 굽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고 측은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저 몸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싶은 생각인데, 이모님은 뼈가 돌출된 허리 등으로 남원으로 달려가서 농사를

지으셔서 우리들에게 고구마며 무 채소 등을 가을에 택배로 부쳐 주시고...

엄마는 또 저 몸으로 간장 된장을 담으시고...

 

이 글을 쓰는데 왜 이리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실지 모르겠지만 남은 세월 아픔 없이 편안히 지냈으면 좋겠는데 병이 나서 아파서 쓰러져서

자식들 곁에 오실 것이 아니라 그래도 마주 앉아 웃으며 같이 따뜻한 식사라도 할 수 있을 때 우리 옆으로 오시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그 양심 고운 심성이 내가 가면 자식이 힘들까 그 마음으로 올라오지 않으심에 작년에도 올케와

울산 동생과 같이 내려가서 짐을 싸자고해도 아직은 안 간다 하시고... 내가 정 안되겠으면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한다고... 그때는 병원으로 가야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으니...

 

냉동실에 봉지봉지 싸둔 것을 보니 아직은 삶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는 않은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그냥 올라 왔지만

 마음은 항상 걱정이다. 토요일 가서 일요일 저녁에 왔는데 다음날 전화 하니 어지럽다고 하신다. 너무 무리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조금 쉬면 괜찮다고...ㅠㅠㅠ

맑은 정신으로 만수무강 하시기를 부처님 전에 빌고 또 빌면서... 엄마를 향한 내 넋두리도 접어야겠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신 고운 봄 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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