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든 세 살 되시는 친정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젊어서는 아버지 때문에 계도 못하고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서 사촌언니들과 그 동네의 언니 친구 분들과 같이 놀러가는 계에 들었었는데 처음에는 19분이 같이 계를 하다가 이제 다 돌아가시고 5분만 남았단다.

엄마 나이보다 더 많은 87살 88살 형님도 계시지만 모두 이제 다니려고 하니 숨결도 가쁘고 다리도 아파서 한 달에 한번 그 모임에 오는 것조차도 힘이 들어서 계를 깨었다고 한다. 남은 돈을 가르고 마지막으로 탕수육과 점심을 시켜 먹고 돌아서 오는데 헤어지면서 모두 붙잡고 울었다고 하신다. 몇 년을 더 살지 몰라도 언제 또 얼굴을 보겠느냐고...사는 날까지 건강하시라고...

돌아서 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더라고 하신다.

 

그래서 혼자 집에 돌아오니 인생무상이 느껴지고 마음이 허무하다고 하시면서 저녁정도 없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들으니 내 마음도 서늘해져온다. 젊어서 만나서 그동안 전국의 좋은곳을 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같이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보냈던 그때 그 사람들을 하나 둘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이제 남은 다섯 분마저도 건강이 허락지 않아서 계를 깨었다고 하시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싶다.

언젠가는 청송 약수터에 놀러가다가 버스사고가 나서 지금까지도 허리도 아프시지만...

 

그 잔잔한 추억으로 엄마는 한동안 밥맛도 없고 잠도 잘 안 올 것만 같다. 내가 전화를 할 때마다 서울 형님이 돌아 가셨단다. 신암동 그 형님도 돌아 가셨고... 하면서 못내 말끝을 흐리시더니 이제 자신도 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살자고 하여도 그냥 그 집에서 자는 듯이 죽고 싶은 욕심 밖에는 더 없다고 하신다.

 

어제는 오전에는 이모님과 통화를 한 시간도 넘게 하고 저녁에는 엄마와 긴 통화를 했다.

산다는 것의 아픔과 허망함, 회한, 헤어짐과 이별에 대한 아련한 슬픔이 밀려온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와의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만 하는데 정말 있을 때 더 잘 해주라는 말이 생각난다.

피할 수 없는 생 노 병 사의 안타까움과 인간의 나약함에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위한 마음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지나간 시간들을 위한 반성과 자성의 시간으로 출렁이지 않는 잔잔한 가슴으로 움켜쥔 손 내려놓고

하심하며 비우고 또 비우며 참회하고 또 참회하며 삼독에서 벗어나 맑고 향기롭기를 서원하면서...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고운 정 나누면서 살아가시기를....

다시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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