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대전 갔다가 늦게 절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데 동묘 역에서 탔더니 마침 그 칸에 한 남자가 사진에서 처럼 바닥에 앉아서 기타를 켜면서 주로 배호 노래들을 탁음으로 들려주고 있었는데 옆에 돈을 담아두는 곳에 돈을 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좀 시끄럽다는 표정이다.지하철을 타면 종이에 이런 저런 사연들을 적어서 돌리는 사람들이 좀 있다.

 

사연을 읽어 보면 다 딱한 사연이긴 한데 개중에는 정말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 멀쩡한 젊은 사람도 있어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기보다는 속으로 빈축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은 정부에서 노력봉사자를 모집하여 자활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월급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기타아저씨는 아무 반응이 없자 약간 속이 거북했는지 중학생 남자애를 붙잡고 미남이다 잘 생겼다 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동묘 역에서 신도림역에 사람들이 몰려 타기 까지 계속 여자에 대한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여자를 조심해라 잘 생겨서 여난이

많을 것이다. 여자는 요물이다. 남자 신세 망치게 한다....듣기 힘든 온갖 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내가 앉은 자리와는 약간 빗겨가게 앉았지만 심히 듣기가 좀 그랬는데... 새로 탄 한 남자가 약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걸어

오는데 반응을 보이니 배호 노래 일색으로 부르자 전혀 배호와 안 닮았다고...ㅎ 그랬더니 이번에는 조용필 노래와 심수봉 노래까지...사실 계속 그 탁음과 욕설 섞인 넋두리를 듣고 있자니 고문이 따로 없었지만 한 좌석 차지하고 앉았기에 다른 칸으로 가기도 그렇고...

 

등산을 하고 와서 좀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남자의 그 탁음을 계속 듣고 있기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내릴 때까지는 아무도 돈을 넣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 중학생 어린 남자애에게 계속 또 내가 관상을

잘 보는데 넌 여자 조심해야해.... 기분파로 돈 막 쓰지 마라...너 얼굴 보니 그렇게 보여 ...맞지? 맞지?....

 

술에 취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린 학생을 향해서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공부 잘해라, 장래에 큰 사람 될 거야...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훌륭한 과학자가 될 거야....그런 덕담은 못 해 줄지언정....그 딱한 남자가 아마도 여자에게 큰 상처를 받은 것 같은데

지하철 속에서 그렇게 세상 여자들을 향한 악담을 어린 학생에게 계속 말하고 있음은 지하철에 탄 모든 여자가 들으라고 한 말인지 몰라도 자신만 더 추해짐을 왜 모를까?...

 

유쾌치 못한 지하철을 내려서 집으로 오는데 계속 그 탁음의 배호 노래 메들리가 귓전을 때린다....

여자들 욕만 하지 않았어도 ... 조금 넣고 내렸을 터인데... 그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그럴 것이 아니라 그 정도의 기타 실력이라면

약간 변두리의 밤무대에 설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에게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일본 방사능이 우리나라로 고기압 바람을 타고 온다고 하니 각별히 조심하시고...

늘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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