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울산에서 인천으로 이사 왔을 때 나는 천식을 앓고 있었다. 집 부근에 종합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6개월여 지나서 나았는데, 그 이후로 감기만 걸리면 기침이 심해지곤 했다. 그런데 기침 감기약만 먹으면 밤에 잠이 오지를 않아서 정말 고역 이였었다. 아플 때마다 종합병원에 가기도 그래서 동네 병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의사 선생님께 그간의 아픈 이야기를 말 하고 잠이 잘 안 온다는 말도 물론 했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많이 신경 써서 약도 처방해주시고, 자주 감기가 걸리는 나를 위해서 특별히 해 주시는 게 있었는데 다름 아니고 감기약 처방을 받으러 갈 때마다 링거주사를 놓아 주셨다. 그렇게 초장에 링거를 한 병 맞고 나면 훨씬 수월하게 감기가 길게 가지 않고 잘 낫는 것 같았다. 기분상인지는 몰라도 몸도 한결 가뿐하기도 하고....

 

그렇게 몇 년을 쫓아다니다가 몸도 좀 좋아지기도 하고 가을이면 해마다 배 즙이나 이모님이나 친정엄마께서 여러 가지 조약도 해주시고 해서 동네 병원에 예전처럼 자주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오랜만에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 간호사도 의사 선생님 외에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의약 분리 이후로 개인 병원들이 심하게 타격을 입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6명이나 되었는데....

 

넉넉하고 푸근한 의사 선생님께서는 오랜만에 갔는데도 알아보시고는 작은 링거 병을 처방해 주셨다. 그게 그냥 단순한 링거 병이 아니고 영양제 성분까지 들어 있었는지 어쩐지도 모르고 그냥 맞기만 했는데....얼마 전 남편이 감기가 심해서 링거 한 병 맞고 오라고 했더니 5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특별히 돈을 더 준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원이 문을 닫았다. 모두 종합 병원으로 몰려가는데다 산동네도 철거를 했으니... 적자를 보면서 병원을 운영하시기 보다는 큰 병원에 전문의로 가시는 게 수입은 더 좋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내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 잘 처방해 주시는 선생님이 안 계셔서 무척 아쉽게 생각이 되었다. 어느 병원으로 가셨는지 좀 알았으면 했지만 알 수도 없고... 그 자리에는 영어 학원이 들어 왔다.

 

이번에 감기가 심하게 들었지만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다고 병원에 안가고 집에 있는 자모만 한 통 다 먹고 콧물 약은 그냥 약국에서 사서 먹고 있는데 맥을 못 추겠다. 약이 독한건지 약만 먹었다하면 손이 떨리고 어제부로 약을 다 먹고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깔아져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어서 컴퓨터도 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병원에 안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기침약만 먹었다하면 잠이 안 오기 때문이다. 기침을 멈추게 하는 어떤 성분이 내 몸에 들어오면 잠을 안 오게 하나보다고....선생님이 말씀 하신 적이 있는데...그래서 또 잠을 한동안 못 자게 될가 봐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고나 할까... 어제 낮에 퍼져서 비몽사몽 했더니 어젯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잣다. 그런데 어젯밤에 왜 그렇게 그 의사 선생님이 생각이 나는지....

 

그때는 선생님께서 잘 해 주셨다는 것을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다 그렇게 환자들을 처방 하신다고만 생각했는데...그런데 그 병원에 할머니들이 참 많이 오셨다. 정말 간호사들이 친절하게 물리치료를 잘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도 아닌데 말이다. 보통 내과는 그냥 주사 한대 놓아 주면 끝인데...생각해보니 무슨 보조 의료 기구로 더 많이 치료를 해 주시는 같았고, 따라온 사람들 까지도 한 번 씩 그것을 하고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친절하게 많이 베풀어주신, 얼굴이 무척이나 희고 눈썹이 진하고 성악가 같은 스타일의 넉넉하신 그 의사 선생님의 푸근한 미소가 왜 그렇게 갑자기 그리워지는지....아파보니 이제 서야 그 선생님께서 그때 모든 환자들에게 정말 잘 해 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병원을 문 닫고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다니....

 

선생님 고맙습니다!!~~~그때 추가로 더 놓아 주신 영양제값도 받지 않으시고....응당 그렇게 다 해 주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때는 내 몸 아픈 데만 신경을 쓴다고 인사도 제대로 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제 다시 또 그 선생님을 뵐 일도 없겠지만 이렇게 늦게 서야 그 고마운 마음을 알아차리다니.... 이 무딘 무성의한 마음을 용서해 주시기를...

 

우리가 산다는 것이 어쩌면 알게 모르게 다 동업중생의 은혜를 입고 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무심히 흘려보낸 따뜻한 마음들은 또 없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며칠 앓고 났더니 오늘은 조금 추스릴 수 있을 것 같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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