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채울게 없습니다
내 그리움의 바다엔
더 채울 게 없습니다
넘쳐나는 그리움
주체치 못하여 장마 비가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또 내려도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더 없이 아름다운 맹서의 언약들이
야위어 가는 안타까움
안으로 삭힌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움의 미학을 깨치려
무던히도 애태우던 긴 시간들의 몸부림이
되새김의 부메랑만 던지고 말았습니다
거르고 걸러도 마저 여과 시킬 수 없는
내 삶의 심층 아득히 화석이 된 불사조
추억은 저 혼자 걸어가려 하지 않고
물귀신처럼 우리를 동여 메고 놓아 주지 않습니다
홍수가 지고
장마 비가 석 달 열흘 내린다 하여도
내 그리움의 바다엔
더 채울게 없습니다
이미 가득한 그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