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젊게 보이는 채식운동 선구자

채식 여행 2009/04/25 08:00 꺄르르

나이 드는 걸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걸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만, 늙으면 으레 몸이 탈난다는 생각을 하는 듯싶습니다. 둘레를 돌아보면 병을 앓거나 편찮은 노인들이 많기에 늙음과 건강 상실에 대한 공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갖고 있죠. 그래서 훗날 병원비 걱정에 건강보험에 들고, 늙음에 따른 쇠약함과 ‘노인성 질병’을 걱정합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도 정정하게 자기 일을 하시며 젊은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어른들도 계십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라 할 수 있는 채식운동의 선구자, 송숙자 선생님이죠. 삼육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은퇴한 뒤, 월간지 <채식과 생명>을 만드시고 <뉴스타트 건강상담실>(www.newstart1.com)에서 상담실장을 하고 계시고 있죠. 송숙자 선생님을 만나 뵙고 채식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았습니다.

 

-채식 운동과 연구에 선구자라 할 수 있는데, 예전에 채식한다고 하면 반응이 어땠나요?

“사람들은 채식을 알지도 못하면서도 굉장히 비웃고 조롱을 하였죠, 주로 학자들이었어요. 유명한 박사나 교수, 의사일수록 멸시를 해요. 이상한 종교생활 하는 사람으로 취급당하였죠. 회식할 때는 일부러 고기 접시를 저한테 밀어 넣으면서 어떻게 하나 낄낄거리곤 하였어요. 채식으로 논문을 썼는데, 논문 지도 교수는 아주 못마땅하다는 태도로 저를 대해줬죠. 그때는 이 나라에 채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지도교수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제 마음대로 논문을 썼고, 지도교수는 이름만 빌린 정도였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몰이해를 받으면서도 채식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요?

“삼육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되어 채식을 해야 된다, 육식이 나쁘다 당위성을 넘어 왜 그런지 설명하고자 연구를 하였어요. 연구를 하다 보니 채식하는 사람들은 생활습관병이 없어요. 암을 비롯해서 심장병, 당뇨병, 담석증, 대장질환 같은 여러 가지 질병들 뿐 아니라 알레르기와 아토피도 없어요. 그런 통계들과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미국 맥거번 보고서, 현재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는 다 죽는다”

 

미 국회 맥거번 상원의원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의학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동시에 가장 병든 나라라고 1977년에 ‘미국인의 식생활 지침’을 발표해요. 철저한 미국인 식생활 실태 조사와 함께 30개국 270여명의 의학, 영양학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2년 동안 만든 보고서지요.

 

이 보고서를 보면, 현재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는 다 죽는다고 분석하고, 잘못된 식생활 개선만으로 심장병의 25%, 당뇨병의 50%, 비만의 80%, 암의 20%를 줄일 수 있고 국민전체 의료비의 1/3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해요. 거기서, 어떤 사람들은 병을 안 앓고 건강하다고 나오는데, 거의 채식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통계와 자료들은 엄청 많이 나오고 발표도 많이 있었지요. 그런 연구 결과를 보니까 더 확신이 생겼죠.”

 

-많은 사람들을 채식과 자연요법으로 낫게 하셨는데, 몇 가지 얘기를 해주신다면?

“미국에 가면, 채식하고 생활습관을 고치면서 약을 전혀 쓰지 않는 병원도 많은데, 저는 거기서 공부를 했죠. 학술 논문들과 책자들을 읽고 자연치료요법을 배워왔어요. 그게 벌써 30년 전인데, 그때부터 환자들이 찾아왔어요. 저는 아무 치료하는 거 없이 병원에서 듣고 본 대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쳐주고, 공기 좋고 물 맑은 데서 머무르게 했고, 약초요법, 금식요법, 물리치료, 숯가루요법 같은 자연치료요법을 시켰어요.

 

제자의 동생이 피부병 ‘주마창’을 앓는 여학생이었는데, 저에게 상담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심한지 병원에 다녀도 안 되고 한약을 먹여도 안 되고, 고양이까지 먹었는데도 안 나았대요. 저는 단지 물 많이 마시고, 숯가루 먹이고 숯가루 붙여서 찜질하고, 영양 갖춰서 채식하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다음해에 그냥 나았어요. 저도 신기했죠.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이 있었어요. 어디가 아픈지도 원인도 모르겠고 이상했지요. 그 사람이 지하다방을 했다고요. 지하다방을 하니까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입맛이 없으니까 가끔 통닭이나 시켜 먹는대요. 저는 현미 먹어라, 채소 먹어라, 나와서 운동해라, 지하니까 환풍기 달아라, 단지 식습관만 바꿔주고 생활습관만 고쳐주었는데 치료가 되어버렸죠. 만성기관지병에 걸린 어린애도 있었는데, 열냉각탕을 시키고 김을 쏘이게 했더니 기침을 안 하는 거예요. 기침을 안 하게 되니까 부모가 채식 어떻게 하고, 현미 어디서 파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현대인들은 수명은 늘었지만 더 아파하고 있다. 건강수명이 중요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대희

 

뇌수막염에 걸린 어린애가 있었어요. 눈알이 빠지게 아프고 열이 나서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에 입원시키시고 했죠. 전화가 왔기에 저는 숯가루를 등과 가슴에 잔뜩 붙이고 열냉각탕을 하라고 했죠. 그 때, 아이의 친척들이 뇌수막염은 나아도 장애자가 되기 쉬운 병인데, 거기다 숯가루를 쓰는 무식한 애미가 어디 있냐고 윽박질렀대요. 그래도 저를 신뢰하고 자연치료를 했는데, 3일 만에 나아버렸어요.”

 

-환자들이 건강해질 때, 보람을 많이 느끼겠습니다.

“12년 전에 대학에서 은퇴한 뒤, 이렇게 뉴스타트 건강 상담실을 열어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광고한 일도 없는데, 점점 상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돈 많고 유식한 분은 병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되겠지만 가난하고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울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이 제 상담을 통해 건강해지니까 좋죠.

 

저한테 오는 환자들은 돈 없거나 집안에 유식한 학자나 박사가 없어요, 유식한 학자나 박사가 있으면 그런 거 같고 되겠냐고, 못 가게 하죠. 그래도 요즘은 약으로 치료가 잘 안 되고, 병원을 가도 안 낫는 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점점 지식인도 와요. 대학교수도 더러 오고요.

 

금방 전화 받은 사람은 담낭암이 간까지 번지고 복수가 차서 아주 통증이 심한 사람이에요. 병원에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하여 진통제를 먹으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렇게 저에게 찾아왔고, 저는 자연 치료법으로 금식법과 과일식사법을 시켰지요. 그랬더니 통증이 덜 하대요. 낮에는 덜 아픈데 밤에는 아파서 일본에서 가져온 생약을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진통을 할 수 있는 고열요법을 하라고 상담을 해줬어요. 환자들이 건강해질 때, 보람을 느끼죠.”

 

“올해 78세, 병원 안 가지 20년,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만병을 예방”

 

-선생님 건강은 어떠신가요?

“사람들이 저를 거의 20년 젊게 보거든요. 제가 올해 78센데, 60대로 밖에 안 봐요. 채식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건강하죠. 감기를 조금 앓을 때가 있어도 코 조금 막히다가 금방 지나가요. 병원 안 간지 20년 되었어요. 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만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병원 갈 필요를 안 느껴요.

 

저한테는 소식이란 비결이 있어요. 두부도 세수 비누 크기 이상을 안 먹어요. 깨도 두 숟갈 이상 안 먹어요. 지금까지 47kg 넘어간 일이 없어요. 체중이 안 나가면 관절에 무리가 안가니까 움직일 때 힘들거나 절룩거리지 않죠. 적게 먹으니까 체지방 축적이 안 되어서 심장결단 날 일이 없고요. 영양 짝이 맞게 먹고, 규칙적으로 살아야 해요. 채식만 한다고 건강해지고 젊게 보이는 게 아니에요.

 

지난 주말에 9시 반부터 5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고 쉼 없이 7시간을 강의했어요. 78세 노인이 그랬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 자빠지더라고요. 저는 전철타고 강의 갔다가 전철타고 다시 돌아왔죠.”

현미잡곡밥, 청국장. 쌈장. 산초간장절임. 콩잎절임. 김치. 무장아찌. 봄 나물 @오마이뉴스 전희식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채식이라고 덮어놓고 풀하고 곡식만 먹는 게 아니에요. 영양 짝을 맞춰서 먹는 거예요. 자연훼손된 걸 안 먹어야죠. 흰쌀, 흰 밀가루, 흰 설탕, 식용유기름은 4대 가공식품으로 영양의 짝이 안 맞는 빈 영양(empty calories)이라고 하거든요. 흰쌀대신 현미를, 기름 대신 깨를, 흰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를 먹어야 하죠. 영양도 철학이 있어요. 현미를 안 먹어서는 채식을 해도 소용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현미와 백미의 영양비교표를 만들어서 현미가 백미보다 영양가가 높다고 설명을 하죠.

 

저도 그렇게 했는데, 그 차원이 아니란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람이 깎아내고 벗겨낸 게 아니라 쌀은 자연그대로 전체식이에요. 영어로는 Whole food, Whole cereal죠. 현미 한 알에는 영양이 한 세트로 있어요. 이건 영양이 많다, 적다가 아니라 인체에 들어가서 힘과 열을 낼 때,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는 걸 말해요. 영양이 남아도 큰일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윷가락이 네 가락이 되어야지 여섯 가락이나 세 가락이면 안 되잖아요. 사람에게 필요한 양도 딱 필요한 만큼이에요.

 

아이가 정 흰쌀만 찾고 흰쌀을 먹을 수밖에 없다면 밀기울을 먹으라고 권해요. 일본, 대만, 몽골에서는 밀기울을 영양건강식품으로 팔아요. 우리나라만 닭 사료로 써요. 밀을 농사짓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밀기울을 받아서 먹으라고 얘기를 해요. 채식을 원칙으로 하되 영양을 갖춰서 먹어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하기 때문에 비만에다 심장병, 담석증, 대장암까지 걸리거든요. 많이 먹지 말아야 하죠. 적당하게 불고기 1인분만 먹지 않잖아요, 3인분 이상 먹으니 신장 투석을 하게 되죠. 어지간히 먹으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앞으로 바라시는 게 있다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정신분열증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던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 어머니는 자녀를 키우면서 한 번도 애들 빨래를 해주거나 밥해준 적이 없대요. 아버지가 다 해줬대요. 열흘에 한번 씩 병원에 가서 약을 타 먹는 일을 20년 동안 했대요. 보험도 안 되니까, 아버지가 버는 돈의 1/3을 병원비로 갖다 바쳤대요. 그러던 어느 날 저한테 들렸어요.

 

저는 정신분열증이 타고난 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만 해도 잘 모르니까, 우선 현미를 먹으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학생 어머니가 현미 먹으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더니, 의사가 책상을 치면서 정신 신경에 이상이 있는데, 현미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소리를 지르더래요. 그런데, 현미를 먹고 완전히 치료가 되었어요. 그 이후로 정신병을 진짜 많이 다뤘는데, 90%가 치료되는 거예요. 생활습관과 식습관으로 정신병을 치료한 얘기를 논문으로 썼는데, 의사들이 잘 믿으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정신병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어요. 제가 정신병원 원장이 되면, 식생활개선을 통해서 환자의 절반은 고칠 수 있을 거 같아요. 가까운 곳에 정신병원이 있는데, 문을 꽉 닫아놓고, 사람을 하루 종일 가둬놓고 햇볕도 못 쬐고 운동도 안 시키더라고요. 어느 자선가가 제게 100억쯤 돈을 주면, 저 멀리 산골에다 정신병원을 짓고 정신병 환자들을 데려다가 운동 시키고 밭 매고 햇볕쪼이고 건강식을 시키고 싶어요. 그러면 정신병 환자 절반은 고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노후는 달라집니다. @오마이뉴스 김혜원

 

암, 당뇨, 심장병, 치매, 중풍, 뇌졸중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고기과 가공식품에 절어있는 식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건강법이 떠올랐습니다. 영양(nutrition), 운동(exercise), 물(water), 햇빛(sunlight), 절제(temperence), 공기(air), 휴식(rest), 믿음(trust in God)의 앞 글자를 딴 new-start 건강법이죠. 균형 잡힌 식생활, 적당한 운동, 물을 잘 마시고 잘 씻으며, 햇볕을 자주 쏘이고, 바른 생활을 하며, 신선한 공기로 호흡하고, 하루 8시간 잠을 자며, 마음의 평화를 갖자는 얘기죠.

 

뉴스타트 건강법은 KBS 1TV 특집 3부작에서 현지 취재해 방송한 ‘거슨 요법’이나 SBS 특집 ‘잘 먹고 잘 사는 법’ 등에서 다뤄졌지요. 뉴스타트는 말 그대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거예요. 오늘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사고와 행동을 새롭게 하고 먹거리를 바꾼다면 우리 몸이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얘기하죠.

 

수명 100세 시대입니다. 이제는 건강 수명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중요한 거죠. 수명은 늘어났지만 암, 당뇨병, 심장병, 뇌혈관 질환 등등 ‘생활습관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위와 같은 병들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걸리는 병이 아니라 자신이 무얼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결과로서 얻는 질병입니다.

 

늙는다고 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건 아닙니다. 나이 들어서도 병 걱정 모르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생활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죠. 바로 규칙적인 생활과 소식이죠. 조선시대 왕들은 일찍 죽었는데, 영조는 83살까지 살았습니다. 그는 하루 다섯 번이었던 수라를 세 번으로 줄이고, 잡곡밥을 좋아했으며, 대신들과 회의 도중에도 식사 때가 되면 밥을 먹을 만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였지요.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는 것은 미국 노화연구소의 동물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었지요. 자기가 먹는 것이 바로 자기 몸과 정신을 이루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는 너무 중요한 일입니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낫지 않는 병은 약으로도 나을 수 없다고 했으며, 동양에서는 병들었을 때 약을 먹는 것보다 음식을 잘 갖추어 먹는 것이 낫다고 하죠. 지금 무엇을 드시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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