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승천
간밤에
아주 조금 내린 첫눈이
포도위에 잠들어있다
바람때문인지
차바퀴의 온기때문인지
가장 낮은곳에 엎드려
이땅의 평화를 기구하던
첫눈의 희미한 흔적이
부서지며 사라지는 아득한 모습
아주 여리게 천천히 부드럽게
아스팔트가
광고에서처럼 바다가 된다
아스팔트가 춤을 춘다
잠시 멀미하듯 착시가 일어난다
차가 지나간 뒤에 보이는
까만 포도위에
파란 안개같이 피어 오르며 춤을 추는
눈의 승천을 보았다.
나만이 지켜보는 눈의 승천
세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데
나홀로 발견한 첫눈의 승천
어제 아팟던 마음에
내 몸이 피아노 건반처럼
조용히 반응한다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낮은 허밍소리
누군가 속삭인다
삶이
늘상 아픈것만은 아니라고
부지런한 새벽앞에
화들짝 깨어나는 일상의 바쁨속으로
황홀한 첫눈의 승천도 사라지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