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우리 아파트 같은 통로 16층에 살고 있는 맞벌이 부부는 생김새도 정말 오누이처럼 닮았지만 얼굴도 두사람 다 눈이 순하게 동그랗고 몸매도 또한 동글 동글해서 보는이들을 푸근하게 해 준다.

우리 아들이랑 출근 시간대가 비슷해서 엘리베이트 안에서 자주 만나는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차 두대씩이나 운행할게 뭐 있는냐고 자기네 차로 가자고 해서 시간이 맞으면 자주 아들을 부탁하곤 하는데, 세째딸을 낳아서 한번 내가 아기를 받아 안고 부탁을 했는데 어찌나 그 막내가 울음을 그치지를 않는지... 진땀을 흘렸었다. 요즘 간난쟁이들은 낯가림이 어찌나 심한지...

 

요즘은 언니들이랑 잘 있다고 아기를 안고 내려 오진 않는다. 오늘 아침도 만나서 아들을 부탁하고 들어 오는데 괜시리 기분이 좋다.

갑자기 저녁에 외출 할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내가 아기를 봐 주겠다고 맡기라고 했더니. 아파트내에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고맙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101동1층에 어린이집을 지나다니면서 본것같다. 참  편리한 세상이고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서 정말 꼭 필요한 어린이집이라는 생각이 든다.아주 어린애들도 몸조리후 맡기고 출근을 할 수 있다는것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또 일찍 사회성을 길러주는것도 같다

 

같은 통로에 5층 아저씨는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한동안 걸음도 아주 천천히 어눌하게 걸으셨는데 요즘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 일찍 어디로 나가시는 모습을 자주 뵙게 된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너무나 좋아 지셨다. 거의 정상적으로 걷는게 아닌가 그집 아줌마도 잘 알고 해서 " 요즘 너무 좋아 지셨네요 오늘은 바람이 찬데 잠바라도 더 입고 가세요" 하면서 " 매일 어딜 그렇게 가세요" 했더니 웃으시면서

치료 받으러 다닌다고 하신다. 시장 어디에 가면 치료를 공짜로 해주는데가 있다고 하면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산에도 다니시고 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수술을 받고 안좋은 소식을 접했다가 다시 또 너무나 좋아지신 모습을 뵈니

반갑고 기쁘다. 우리네 삶이 생노병사를 피할 수 없음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지만, 때론 영원히 살것처럼 욕심과 탐심을 부리면서 움켜질려고만 하는지도 모른다. 그 5층 아줌마는 처음 이사와서 자기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농약도  적게 쳤다고 쌀을 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반갑게 쌀을 기억하건데  2가마를 삿다. 그후에  알고보니 시중가보다 좀 비쌋지만 그냥 농약을 안쳤다니간 위안을 삼았다.

 

나중에 아파트 엄마들이랑 모임도 갖고 하면서 들어보니 그집이 좀 인심이 안좋다는 투로 말을 하면서 쌀값도 바가지 썻을거라고 한다.

무공해쌀이니간 비싼게 당연하다고 얼버무리며 지나갔다. 그후 한참 오랬만에 그 아줌마를 엘리베이트속에서 만났는데 아주 반갑게 아는척을 하시면서 " 내가 새댁한테 너무 쌀을 비싸게 팔은것 같아서 내년에 농사 지어서 보리쌀이라도 좀 줄께' 하신다.그래서 무공해쌀은 본래 좀 비싸잖아요 하고 넘어 갔다. 김포에 자기네 논에서 농사 짓는데 시중에 파는 쌀이랑은 틀린다고 덧붙이신다.

 

그후로 보리쌀을 얻어 먹은 기억도 없고 아저씨가 편찮으시니 농사도 짓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길에서 만나면 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그 힘들어 보이던 아저씨께서 병마와 싸워서 이기시어 건강하게 다니시는것을 보는것 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다.

같은 통로에 포도즙을 친정에서 가져와서 파는 새댁이 있어서 좋고,  믿고 사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아저씨와 같이 탁구를 치러 다닌다고 낚시하러 가서 뜯어 왔다고 해조류를 건네주는 이웃이 있어서 좋고, 집에서 과외를 하면서 다른 통로보다 엘리베이트 고장이 잦다고 사용료 좀 더 내라고 했다고 아파트 반상회때 나와서 죽어도 더 못낸다고 설쳐댄 똑똑한 아줌마가 살아서 조금 시끄럽긴 해도 십년

 

넘게 살아서 그런지 겨울이면 산동네 바람에 날아 갈것 같다고 투덜되는 애들에게 여기보다 더 공기 좋은동네 없다고 똑같을 말로 달래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우리 아파트가 좋은가보다. 이제 산동네가 개발이 되면 코앞에 보이는 산도 안보이겠지만 전망 좋다고 그거하나 보고 사는 우리는 일조권은 법으로 보상이 되지만 조망권은 안된다는 현실법 앞에서 답답해서 어떻게 살까나 걱정도 되지만 쉽게 이 아파트에서 벗어날순 없을것같다.아파트안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침 일찍이나 밤 늦도록 운동장을 돌고 있는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들을 지나 다니면서 보는것도 좋고, 푸근하고 사랑스런 너무 닮은 두 부부를 어쩌다 아침에 엘리베이트 속에서 만나는 기쁨도 나는 좋다.

 

늘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고운 님들도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미소를 나누는 고운 하루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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