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 보름의 추억
벌서 뒤를 돌아 볼 나이가 된걸까 자꾸 어릴때 생각이 난다
대 보름날은 오곡밥과 11가지 묵은 나물을 먹고
나뭇짐도 7짐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돌아 가신 아버지
새벽에 일어 나서 "부시럼 깨자" 하면서 호두, 땅콩, 잣을 깨고
피부병이 나지 말라고 꼭 비늘있는 생선도 먹고
귀가 밝도록 귀밝이술도 한잔 마시고
동네에 나가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에게
서로 "내 더위 사라"고 고함을 질른다
먼저 말해야 마치 그해 여름 더위 없이
시원하게 보낼것처럼 고래 고래 고함을 질렀지
선호야 순연아 사비나야 내 더위 사래잉~~
저녁에 먼산 산마루에 보름달이 둥실 뜨면
달보고 소원을 빌면서 절을 했다
마음속 깊이 감춘 소원을 외면서
달님한테 절을 많이도 했었지...
제일 먼저 달을 보면 그해 시집 간다고
어릴때 우리는 일찍 저녁을 먹고 뒷산에 올라가서
모두 발돋움 하면서 달을 찾았지...
아무리 보아도 달님은 보이지 않고
라디오 뉴스에서는 벌서 달이 떳다고 하는데
구름속에 숨은 달님은 쉽게 나타 나질 않는데
그때 목소리 큰 순연이가 저기 달이다
내가 제일 먼저 달보았다 내가 먼저 달 보았다 고함을 질른다
그러면 우리 모두 올해 순연이 시집 가겠넹 하면서 놀렸지
쥐불 놀이 한다고 빈깡통에다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솔방울이랑 나무조각 숯등을 넣어서 연기 피우며
빙글 빙글 돌리면서 온동네 뒷산을 뛰어 다니던 꼬마들...
우리들 아주 오래된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측후소가 보이는 뒷산 아랫동네
집앞엔 푸른 청보리밭, 뒹굴고 숨바꼭질하기 좋았고
여름엔 멀리 측백나무 둘러선 큰샘까지 등말하러 다니던
내 어릴쩍 추억 어린 그 동네는 벌서 사라져 버렸다
댐이 들어서서 수장이 된것도 아닌데...
동네 입구에 우물도 동사무소 건물도 다 없어지고
길은 넓어지고 산도 없어졌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우리들 추억도 사라져 갔다
벌서 40년이 지난 어릴때 추억은
늘 내가 지금도 그시절의 초등학생인양 착각하게 한다
학교 갔다 돌아 오는 길은 작고 얕은 산을 두개나 넘어야 했는데
우리는 새로 산 운동화가 닳을가봐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다들 운동화를 손에 쥐고
잔디를 밟으면서 여름엔 걸어 다녔고
뒷산 무덤앞 석상에서 소꼽놀이도 정말 많이 했었다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뒷산 잔디에
자리 하나 깔고 누워서 밤 늦도록 노래 부르고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많았는지
재잘 재잘 깔깔 거리다가
엄마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며 찾으러 올때까지
매일밤 별들의 향연을 지켜 보았는데...
그 많은 별들은 다 어디로 간것인지
요즘 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시 일년중에서 제일 크고 밝은 보름달은 뜨는데
내 더위 사가라고 소리쳐 불러볼
정겨운 친구들 보이지 않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잘 사는지....
보고싶다 친구들아~~~
내 그리운 어릴쩍 친구들아~~~~
암스트롱이 오줌 삿다고 절하지 말라던
정답던 그 목소리 다시 못 듣는가...
하늘 높이 둥실 뜬 보름달은
아무리 먼 곳일지라도 다 볼 수 있겠지
다 찾을 수 있겠지...
매일 밤 보름달은 뜨지 않아도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아도
내 그리운 마음의 별밭에 그리운 그 이름 새기면서
동심으로 돌아 가서 둥근 보름달님게 절 많이 할거야
저 달빛이 비치는 세상 모든 사람들, 중생들, 만다라들에게
내 곁에 인연 지어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그립고 보고픈 내 친구들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나날이 좋은날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