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 현장

 

 

업자가 부도 났다고

2년여 화석이 된 공룡처럼

뼈대만 드러낸체 침묵하더니

어느날

0 0 아파트 재 착공

현수막 요란하다

오랫동안 동면한 시위인가

폭격기처럼 쿵쾅거리는 굉음 소리

희망찬 건설의 소리라고

아무리 가슴을 쓸어 내려도

불쾌지수 높은 오늘

문이란 문은 다 닫아도 들려오는 폭음소리

솔향기 짙은 소쩍새 노래하던 산허리 잘려지고

회색 공룡의 무리 줄지어 발자욱을 찍고 있다

야누스의 얼굴을 한 거대한 괴물이

21세기 최고의 불협화음으로

이웃을 못견디게 몇년을 괴롭히며

한마디 미안하단 말도 없이

뻔뻔하게

파란 하늘을 점령하며

점보 개미집을 바쁘게 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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