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을 뜨고 싶다

 

 

지하철에 앉아서

맞은편 사람 얼굴을 본다

먼지때문에 구겨진

잘못 스캔된 청약서를 닮았다

사는게 고달픈가 보다

사업이 잘 안되나 보다

자식이 속을 썩이나 보다...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자는척 눈감으며 경로석에 앉아있는

철면피 젊은이도

술 마시고 고래 고래 고함 지르는

몰상식한 어르신도

다리를 쩍 벌려 두사람 자리를 차지하는

멀쩡한 아저씨도

잘못 스캔된 약정서처럼

추가가 필요하다

 

누군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업경대에다 다 스캔을 뜨고 있겠지...

그 생각 잠시 잊고서

나이만큼 비우지 못한 욕심들이 부끄럽다

마저 다스리지 못한 분노들이 창피하다

 

수없이 연장하고 재 약정한

너덜 너덜 케케한 냄새나는 서류처럼

누군가 나를 스캔할 때

불쾌감을 주는 악성채권 서류같은

인생을 살지는 말자

 

좀 더 하심하고

조금 더 비우며

나이만큼 성숙한

관조하는 삶을

스캔 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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