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간장을 담아야지 맛이 좋다고 굳이 음력 2월 13일 생신을 보내고 내려가시라는 내 말을 뿌리치시고
기어이 보름 전에 외가댁으로 사촌이 되는 치매 걸린 동생의 아들이 메주를 사서 가지고 오기로 했다며 차표를 끊어오라고
성화여서 금요일 내려가시는 새마을호를 예약해 드렸는데,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무궁화호 끊어 오라고
신신당부 하셨지만 딸 마음은 어디 그런가...매끼 식사 때 마다 더 드시라... 됐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있다고...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지쳐갈 지경이지만 예전 보다 식사량이 너무나 줄어서 마음이 아프다.
구정 때 이모님과 이모부님이 남동생 댁으로 엄마에게 세배를 오시겠다고 했는데 위암 수술을 하신 이모부께서 무언가 어딘지
썩 유쾌치 못하여 다시 검사할 날짜를 잡아 놓고 침대에서 일어서다가 옆 의자에 앉으려고 하시다 잘 못 부딪쳐서 갈비뼈 쪽으로
좀 다치셔서 잘 걸을 수가 없어서 못가겠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걱정 하다가 엄마가 내려 가시기전에 이모님 댁에 한번 방문 하겠다고 말씀 드린 후에 어제 우리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내가 이제 죽기 전에 언제 또 이모집에 가겠냐고 하시며 수술 때도 못 와보고...
하셔서 내가 운전해서 가야 마땅한데 서울로 운전을 해서 가 본적이 한 번도 없고..네비게이션을 찍어서 가면 되겠지만 돌아 올 때
또 퇴근 시간이랑 맞물려서 차가 밀리면 언제 도착 할지 몰라서 그냥 택시로 지하철로 택시로 그렇게 갔는데 우리나라 지하철이
정말 몇 역 내가 알기로는 구로역과 독산역을 제외하고는 어르신들이 다니기 아주 편리하게 승강기가 잘 되어 있어서 불편 없이
잘 다녀 올 수 있었다. 수술 후에 이모 집 막내딸 조카가 유기농으로만 이모부 과일과 모든 음식들을 챙겨 드린다고 해서 무엇을
사갈지 망설여졌는데 이모님께서 그냥 오라고오라고... 성화하셔서 봉투만 하나 준비해 갔는데 엄마가 자신도 좀 보태겠다고 또 성화시다. 제발 좀 그만 계시라고 가서 이모가 밖에서 무엇을 챙긴다고 할 때 슬쩍 서랍 속에 봉투를 넣어 두고 왔는데. 올 때 쯤 이모님이
언니 생신 때 가보지도 못한다면서 칼슘제하고 관절염에 좋은 약이다면서 내미는데 아무래도 약 봉투가 수상하여 내가 펼쳐보니
캡술약 밑에 다른 봉투가 하나 눈에 보여서 에고 이모님 제발 좀 이러시지 말라고 이모부 계속 다시 검사하고 돈이 얼마나 더는데 하면서 빼놓으려고 하니 이모님이 화까지 내면서 너는 엄마지만 나는 언닌데 언니가 지금 83인데 내가 언니 생일을
얼마나 더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막지 말라시며 굳이 내 가방을 먼저 들고 내려가신다.
이모부님은 내가 기침을 많이 한다고 이모부님 잡수려고 사놓은 황토소금 단지를 하나 주라면서 내가 그냥 되었다고 나오니까
이모를 불러서 주라고 하시면서 이모가 그 소금단지까지 챙겨서는 택시 잡는데까지 가자며 먼저 달려 내려가신다.
택시기사에게 영등포역 후문 쪽으로 가시라면서 오천 원 권을 던져 주시고는 손을 흔드신다. 못 말리는 우리 이모님...
집에 오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이모님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져서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지하철에 내려서 택시를 잡으려니 힘들었고. 택시 기사가 방향이 틀린다고 계속 툴툴 거려서 좀 미안했지만 아파트 안까지
들어와 주셔서 고마워서 조금 더 드렸다. 그런데 엄마는 절대로 이모 그 돈 안 가져가신다면서 다음에 이모부 병원에 갈 일 있으면
다시 전해 주라고 하신다. 나는 아들 딸 외손에게 까지 세배 돈 다 받아서 돈도 쓸때 도 없고 충분히 잘 사니까 이모는 아들들
다 외국에 있고 계속 병원에 돈이 들어가야 하니 전해 주라고 하신다. 이모님한테 혼 날거라고 했지만 엄마의 고집을 또 꺾을 수가 없기에...
내가 죽고 없어도 이모님을 잘 챙겨 주라고...이모가 너를 큰 딸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이모님 역시 엄마 혼자 계시면 안 된다고...
서울에서는 답답해서 못 사시겠다고 아들집도 딸집도 아파트라서 마음에 안 드신다고... 기어이 내일 가신다고 하신다.
만나면 그 옛날 돌아가신 외할머니이야기 부터 자랄 때 이야기, 외할아버지 이야기, 이야기가 끝이 없으신데...
자주 못 만나고 계셔서 한번 만나면 이야기꽃이 끝이 없지만 이모부가 피곤하시다고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주무시고 내일 여기서 가라고 잡았지만 이모부나 이모님이 힘드실 것 같아서 ....
자매간의 인연도 정말 그 인연의 지중함이 부부 못지않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 우리 집이 어려울 때 그 이모님이 참 많이 도와 주셨고 지금은 또 엄마가 이모님이 걱정이 되시나보다. 이모부께서 참전 용사로
연금도 많이 받고 이모님은 또 자신이 더 잘산다고 생각하시기에 그저 엄마를 챙기려 하시고...
두 분의 애틋한 정을 보면서 정 많은 외가 쪽의 혈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저 상대에게 넘치게 잘 해 주시는 그 성정은 누가
말려서 바뀌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살아가면서 긴 세월동안 힘든 시간들을 보내다보면 바뀌기도 하겠지만 오랫동안 지켜본 바로는
그 좋은 성정은 절대 바뀌지 않음을 보면서 마음 바탕에 열심히 기도하고 그저 나보다 부모, 형제, 친척, 내 주변 사람들 잘 챙기고
착하게 살아오신 고운 마음의 결과가 아닌가싶다. 이모님께서 어느 신부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아픈 사람은 그동안 잘 못 살아온 삶의 벌이고, 자기 성찰을 잘 하고 몸 관리를 잘 해서 건강한 사람은 신의 선물이라고 하셨다.
늘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고운님들께 머리 숙여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젊어서부터 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챙기고 몸보다 먼저 내 마음자리를 잘 살피면서 먼 미래의 내 건강을 챙겨야 하겠습니다.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고운 나날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