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포 해변엔 발자욱을 남길 수 없다

 

 

 

추락하는 계절의 허망함

그 아픔 같이 하고파

달빛 받으며

선운의 향기 그리워

나 여기 왓노라고

발자욱 남긴다

그러나 아침이면 그 발자욱

찾을 수 없네

이미 지워졌을 그대 마음속 내 발자욱처럼...

고창에 명사십리 구시포 해변은

차로 달릴 수 있는 유일한 해변

명주실처럼 가녀린 보드란 모래알이 다져 지고 또 다져져서

아스팔트보다 더 단단해져 있다

마치 외국의 어느 해변가에 온듯이 차를 세우고

동심으로 돌아가 달음박질 한다

이 순간 내 가슴속에 네가 박힌다

그러나 멀리 까막도 섬에 눈길 줄 동안

아주 잠간 동안

우리는 흔들리겠지만

멀리 해송사이 가창오리떼 날아 가면

찰라에 추락하는 애증의 비늘들

다시 마음 추스려

신호등도 추월선도 없는 도로를

마음껏 달려 본다

그토록 찬란했던 선운사 단풍은

어느새 퇴색되고

깊은 갈색 겨울잠에 들었다

우리네 인생 저같이 잠시 잠간 찰라에 사라지리라

이 가슴 서늘함

피할 수 없는 생노병사의 굴레

그 안에서 잠시 눈맞춤했는데

그 약속 끝내 지키지 못하고...

도솔천 시린물속에 침잠하는

못다한 이생의 단풍의 한을

상사화 푸른 잎새에 새기고 가누나

다음 생애 나 어쩌면

선운의 구름이 되어 이곳을 지나거들랑

상사화 붉은 꽃잎에

눈물 한방울 뿌리고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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